2017년, 대한민국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범죄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은, 희귀병을 앓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아버지로 알려져 대중의 동정과 후원을 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끔찍한 욕망과 범죄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이용해 친구를 유인하고, 수면제를 먹인 뒤 성추행과 살인을 저질렀으며, 시신을 유기한 후 도피까지 감행했습니다.
‘희귀병 딸을 돌보는 아버지’에서 ‘살인마’로
이영학은 2005년부터 딸의 희귀 유전병(거대백악종)을 홍보하며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SNS와 블로그를 통해 후원을 요청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어금니 아빠’라는 별칭도 여기서 유래됐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불쌍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로 기억했지만, 2017년 9월, 그의 실체는 충격적인 범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당시 이영학은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심각한 정신적 공황 상태를 보이며, 아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가 지목한 이는 딸 이모 양의 친구, 김모 양(14세)이었습니다. 이영학은 딸에게 친구 중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를 물색해달라고 지시했고, 딸은 친구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응답한 유일한 친구가 바로 김양이었습니다.
잔혹한 범행의 전말
2017년 9월 30일 오후 12시 20분, 김양은 서울 중랑구 망우동 이영학의 집을 찾았습니다. 이양은 친구에게 음료수를 건넸고, 그 안에는 졸피뎀 계열 수면제가 섞여 있었습니다. 김양은 잠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이영학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성적 추행을 시작했습니다. 법의학적 조사에 따르면 이영학은 삽입 등 강간 행위는 없었지만,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고 각종 성인용품을 사용해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양이 깨어날 것을 우려해 주사기를 이용해 추가로 수면제를 투약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된 사실입니다.
다음 날인 10월 1일 오전, 김양은 의식을 회복했고, 격렬히 저항하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영학은 이 상황에서 범행이 탄로날까 두려워 살인을 결심합니다. 그는 물수건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덮고 눌렀지만, 김양이 숨을 쉬자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습니다.
살인 후 이영학은 곧바로 시신 유기에 나섰습니다. 같은 날 오후, 그는 딸과 함께 시신을 곰팡이 제거제로 닦고 수건과 테이프로 얼굴을 감싼 뒤, 대형 캐리어에 넣었습니다. 이후 차를 몰고 강원도 영월로 향했고, 낭떠러지 아래로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그는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해 증거를 없애고,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동해로 간다”는 알리바이용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범행을 감추려 했습니다.
김양이 실종된 후, 부모는 바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초동 수사에서 단순 가출로 판단하며, 이양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자택 방문조차 범행 36시간 뒤인 10월 2일에서야 이루어졌고, 이때는 이미 이영학 부녀가 도피한 뒤였습니다.
수사팀은 이후 이영학의 전력을 조사하다가, 2009년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음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집 주변 CCTV를 분석해 김양이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섭니다.
10월 5일, 경찰은 도봉구의 원룸에서 이영학과 딸을 발견하고 체포합니다. 이들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자살을 시도한 상태였고,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의식을 회복한 이영학은 시신 유기 사실을 자백했고, 다음 날 김양의 시신은 영월의 낭떠러지 아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재판 과정 및 판결
검찰은 이영학을 다음과 같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강간 등 살인(아청법 위반), 시체 유기, 마약류 관리법 위반(졸피뎀), 추행유인, 사기, 후원금 횡령 등 추가 혐의 9건 등으로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반인륜적 범죄”라며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영학은 즉각 항소했고, 2018년 9월 서울고등법원은 무기징역으로 감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애인이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습니다. 딸 이양은 장기 6년, 단기 4년형을 선고받았고, 지인과 친형도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의 초동 대응은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피해자의 부모가 실종 당일 딸이 친구와 만났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가볍게 넘겼고, 사건 발생 36시간이 지난 뒤에야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1억 8천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초기에 이양을 조사했더라면 생존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상소심에서도 확정되어 국가의 수사 책임을 인정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반응과 제도 개선 필요성
이 사건은 단지 한 사람의 일탈이 아닌, 우리 사회의 여러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 가정 내 범죄 은폐: 딸을 공범으로 삼은 점은 가족 안에서의 학대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 초동 수사 미비: 경찰의 부실 대응은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게 만들었습니다.
- 온라인 커뮤니티의 악용: 이영학은 자신을 선량한 아버지로 포장해 대중 후원을 유도하며 범죄를 은폐했습니다.
- 아동 피해자 중심의 제도 부족: 범죄 피해자가 된 아동과 유족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영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더는 사회로 복귀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수사 시스템 개선 등 다양한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이영학 사건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비극이며,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중대한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