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능력 제로, 왜곡된 자아상|우리가 알아야 할 강력 범죄자들의 심리

2021년 4월에 방영된 알쓸범잡에서는 박지선 범죄심리학자님과 함께 한국의 강력 범죄자들에 대한 공통적임 특성, 그리고 그 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오늘은 해당 내용에 대해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잔혹한 연쇄 살인마 정두영: 그의 범죄 심리와 어두운 그림자

15세에 특수절도로 소년원에 수감된 후, 18세에 방범대원을 살해하며 충격을 안긴 정두영. 30세에 출소 후에도 특수절도를 반복하다 결국 연쇄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부산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던 그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김해, 양산 등 인근 지역으로 범행 무대를 옮겼습니다. 그의 범죄 행각 뒤에는 사랑하는 여성과의 동거,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와의 생활이라는 의외의 배경이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듯했지만, 그는 '10억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부유층 거주 지역의 빌라를 침입, 연쇄 살인을 감행했습니다.

 

정두영의 범죄 동기와 만성적 범죄자 심리

정두영은 사랑하는 여성과의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했고, 그릇된 믿음으로 범죄를 통해 이를 얻으려 했습니다. 그는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그 방법밖에 몰랐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는 범죄를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 여기는 그의 왜곡된 가치관을 보여줍니다. 범죄학에서는 이처럼 범죄를 직업처럼 여기고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사람들을 '만성적 범죄자' 또는 '직업 범죄자'라고 칭합니다. 1945년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18년 동안 발생한 전체 범죄의 절반을 불과 6%의 사람들이 저질렀으며, 강력 범죄의 경우 그 비율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정두영 역시 이러한 만성적 범죄자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그는 문제 해결 방식이 극단적으로 공격적이었으며, 땀 흘려 노력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오직 절도와 살인만이 그가 원하는 '10억 원'을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악마의 가면 뒤에 숨겨진 자기 합리화: 정남규의 편지 분석

정남규는 체포 후 자신의 내면에 '악마'가 있다고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신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현재의 끔찍한 범죄와 자신을 분리하려 했습니다. "주변을 한동안 옛날 제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순하고 내성적이고 착한 편..."과 같은 문장은 과거의 긍정적인 자아를 내세워 현재의 악행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 내 안의 또 다른 나"라는 표현은 자신의 악한 본성을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그것이 통제 불가능한 '또 다른 자아'의 문제임을 암시하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교묘한 술책으로 읽힙니다.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법정에서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 역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려는 사이코패스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사회와 부모, 부유층에 대한 반감 등 외부 요인으로 돌리며 끊임없이 자기 합리화를 시도했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나 죄책감 없이, 오직 자신의 불우한 환경과 사회에 대한 분노를 강조하는 그의 편지에서는 진정한 반성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남규의 남 탓 대목 분석: "나는 이 세상의 피해자"

정남규 역시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외부로 돌리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그의 편지나 진술 곳곳에서 이러한 '남 탓' 심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정남규는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사회 부적응 경험을 강조하며, 자신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회 환경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이 세상의 피해자"라고 규정하며, 자신의 고통과 분노가 범죄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책임을 망각하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불행한 성장 과정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며,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과 학대가 자신을 비뚤어진 길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을 핑계 삼아 현재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자신이 과거에 정신 질환으로 인해 고통받았으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통제 불능 상태를 강조하며, 개인의 의지나 책임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신 질환이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정남규의 경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범죄가 언론에 보도되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마치 자신이 유명해진 것처럼 착각하거나, 사회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자신의 범죄 행위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관심을 즐기거나 자신의 행위를 특별하게 여기는 왜곡된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정남규의 이러한 '남 탓' 심리는 자신의 죄책감을 희석시키고, 형벌을 줄이려는 의도적인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사례는 강력 범죄자들이 보이는 책임 전가 및 자기 합리화 심리가 얼마나 뿌리 깊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조주빈 역시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이나 공감 능력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을 협박하고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발언하는 모습 등에서 그의 왜곡된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범죄 행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부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겪었을 극심한 고통에 대한 진정한 공감이나 죄책감을 느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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